한국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산다는거.

한국에서 가장 큰 병폐가 무엇일까? 자주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해온 문제였고 사회생활을 비롯한 각종 활동에서도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위한 약간의 실험같은 것을 했었다.

이에 대한 물음에 적절한 또 다른 물음은 ‘당신 곁에서 나약해보이고 없어보이는, 능력이던 재력이던간에, 사람이 있을 경우에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는 것이 있다. 한국에서 ‘없어보인다’ 라는 말은 굉장히 많은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말이다. 능력이 없을수도 있고 재력이 없을수도 있고 외모가 없을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미지가 못미더울 수도 있는 가져다 붙이면 다 되는 말이라고나 할까.

내 직업은 시스템 엔지니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시스템 엔지니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발자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에 더 근접한다. 그런데도 일단은 서버 시스템을 더 많이 다룬다. 뭔가를 설치하고 설치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모니터링하고 시스템을 튜닝하고 보안 업데이트를 하고 하는 일이 주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하는 직업이 한국에서는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닌게 분명해지고 있다. 여기서 별로 좋은 직업이 아니다라는 말에 의미는 앞에서 말한 ‘없어보이는 직업’이라는 뜻과 같다.

IT 산업은 거대하다. 그 속에는 각종 직업군들이 존재한다. 프로그래머, 시스템 엔지니어, 네트워크 엔지니어등등 다양하다. 그런데, 시스템 엔지니어를 수년간하면서 느낀점은 제일 없어보이는 직업군이라는 거다.

잘 동작하던 서버 프로그램이 오류를내거나 응답반응을 하지 않을 경우에 제일 먼저 누구를 찾을까? 시스템에는 몇달간 변경사항이 없었지만 서버 프로그램에서 돌리는 소프트웨어에는(예를들면, Python, php, Java등등) 많은 변경이 있었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 엔지니어를 먼저 찾는다. 왜? 프로그래머는 자신이 변경한 코드에 대해서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서 1차적 책임을 지지않는가?

시스템 엔지니어는 고달픈 직업이다. 예를들어, LAMP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한다면 시스템 엔지니어는 리눅스만 알아서는 안된다. Apache, MySQL, PHP 에 대한 설정과 그러한 설정이 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함께 알아야 한다. 더 나가서는 PHP, MySQL 개발 경력도 필요로한다.

실제로 시스템 엔지니어를 뽑는다는 구직조건들을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자주 보게 된다.

SM – Java 개발경력 3년차, Tomcat, Spring, Hibernate 시스템 운영.

시스템엔지니어 – LAMP 시스템. PHP개발자 경험자 우대. L4 스위치 및 네트워크 운영.

그런데도 이러한 사람들의 경력 5년차의 경우에 국내 연봉이 얼마정도 일까? 잘나간다는, 다섯손가락에 꼽는 회사들을 빼고는 거의 대기업 신입초봉과 비슷한 정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공이 많은 것이다. 시스템을 구축할때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인간들이 너무나 많다. IT 산업내 직업군중에서 자신의 소관도 아닌데도 타인에게 감놔라 배추놔라를 직업군이 있다면 그게바로 시스템엔지니어들이다.

이번에 시스템 구축할때 우리도 AWS 로하면 안되요?

AWS 로 하면 AutoScaling, Provisioning 도 되게 준비를 다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거기다 자동배포도 되게 해주세요.

시스템엔지니어들이 언제부터가 개발자들을 고객으로 맞이했는지는 모르겠다. 저런걸 구축해주면 AWS 모니터링부터 AutoScaling, Provisioning 등에 유지보수등을 도맞아서 해줄건가? 거기다 안타갑게도 대부분의 국내시스템에서 AutoScaling, Provisioning 을 할만큼 예측불가능한 전체 시스템 스케일을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 바꿔 말하면 대략적으로 몇대정도 시스템이 필요한지 다 예측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트랜드를 쫓아가고 싶어서인지 이것저것 간섭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간섭은 거의다 개발자들이 였다.

개발자들이 보기에 시스템엔지니어는 없어보이는 직업군이다. 자신들은 개발자들이기에 TCP 서버도 개발해보고 C도 개발해보고 더나가 C로 짜여진 리눅스 시스템을 시스템엔지니어들보다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개발하고는 거리가 먼 시스템엔지니어를 한단계 낮게 본다.

그래서 뭔가 시스템엔지니어가 시스템에 뭔가를 바꾼다라고 공지를하면 자신이 개발한 경험 TCP/IP 개발이나 시스템개발을 한 지식을 기반으로 ‘니들이 시스템 내부를 잘 모르나본데, 그거 바꾸는 이유는 알고 하는거냐?’ 식의 핀잔이나 ‘개발자가 갑이지 시스템엔지니어는 무슨… ‘ 식의 면박을 받기 쉽상이다. 개발자들은 그냥 시스템을 다루는 명령어 사전만 모를뿐이고 그러한 명령어 사전은 별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자,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한국 사회의 병폐가 무엇이라 보는가? IT산업내에 많은 직업군내에서 존재하는 서열. 개발자 갑, 시스템엔지니어 을, 네트워크 엔지니어 별동대. 이글을 읽는 개발자들은 ‘니만 경험한 세계’, ‘소수일뿐이다’ 따위의 생각은 ‘당신은 경험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밖에 안된다. 자신은 고결한 경력을 쌓아서 주변에 그렇지 않았다가 아니라 그런한 문제를 피했다라는걸 말하는거밖에 안된다. 마치 사회문제에 무감각한것처럼..

한국 사회의 병폐는 ‘없어보이는자’ 위에 올라서서 이래라 저래라하는 사고체계에 있다. 한국인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단어

Respect

개발자들은 시스템엔지니어를 Respect 합니까? 아니 더나가 각종 타 직업군들에 대해서 Respect 합니까?

23 comments

  1. 한국의시스템엔지니어

    저도 IT 시작을 서버엔지니어로 시작했습니다.
    개발자 출신들이 서버를 항상 깡통, 박스 로 폄하해서 부르고
    서버 회사를 박스회사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참… 기분 나쁘더라구요.
    자기들은 개발자이고 프로그램을 만든다는게 우월함을 느낀다는 느낌입니다.
    정작 전기전자회로 쪽은 아는게 없어서 변압기도 못만들면서 말이죠.

  2. 지나가는 고3

    시스템 엔지니어의 꿈을 가진 학생입니다.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현장에서의 생생한 소감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3. SSE

    시스템 엔지니어로 어느정도 잔뼈가 굵은 저도 백퍼 공감합니다.
    정말 사이다같은 글이내요

  4. 이상주

    화이팅하세요 비록 저는 20년차 프로그래머이며 se, nas엔지니어들과 협업하며
    한번도 그리생각해본적없는데..

  5. 무명

    어느 정도 역할 분담도 이뤄져있고 부서도 나눠져있는 큰 회사조차도 SE는 은근히 하급 취급을 받습니다.
    같잖은 개발자 프라이드 때문에 걍 SE 때려치우고 나도 개발 하련다는 생각이 막 들죠.
    그렇게 개발자로서 다시 시작한 SE 동료들이 많습니다.

    그럼 작은 회사는? 그냥 잡일꾼이죠.
    큰 회사 다니다가 연봉 때문에 작은 회사로 이직 했는데 QA까지 하는 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더군요.
    큰 의미로 보면 테스트 업무도 SE의 역할이긴 하니 뭐라고 말도 못하겠습니다.
    솔직히 SE로서의 업무보다 QA로 돌려지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을 겁니다.
    그냥 작은 회사를 가느니 전직 하세요.

    그나마 큰 회사가 낫다고 한 거는 뒷담 까는 사람들이야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대놓고 차별하는 사람은 적고, 그나마 문서화가 체계적이라는 겁니다.
    작은 회사는 문서가 없어서 혈압 오르는 날이 매일일 겁니다.
    더 좃같은게 뭐냐면, 문서가 없어서 개발자들에게 물어보면 그것도 모르냐면서 자존심을 긁습니다.

    이 글이 2015년에 쓰여지고 지금 댓글을 쓰는 시점이 2018년인걸 보면 세상은 별로 변한거 같지가 않습니다.
    더 웃긴게 뭐냐면… 이게 SE라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하청으로 SE 작업하게 가면 상청 SE가 갑질 엄청 할 겁니다.
    저런 사람들이 나는 소시민이오 하며 재벌들의 갑질 논란에 분노하는 거 보면 진짜 웃긴 일이죠.
    저도 SE 관두고 컴퓨터나 관계 없는 일이나 하렵니다.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긴 한데, 사람이 싫어지는 건 못 참겠네요.

  6. 하아

    시이발..사회 초년생 Se인데 왜 예전글 보고 극공감하면서 그만둘생각중인가냐..

  7. 지나가다

    ㅋㅋㅋㅋ se 들이 갑질하는 우리프로젝트는 뭐지 ? ㅋㅋㅋㅋ

  8. 리눅쟁이

    2019년에도 별도 바뀌지 않은 것 같네요. 나름 SE 14년차인데… 10년전이나 지금이나 … 고인물이라 슬프네요.

  9. MCSE

    시스템을 운영하는 SE입장에서는 개발자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지원하는 것으라면 당연히
    개발자가 SE의 고객이죠.. 아니면 내가 일이 없을텐데 누굴 고객으로 모실겁니까

    IT서비스회사 기준 서열 정리하면.. 현업(고객)>개발>지원(SE)
    억울하면 개발자로 전직하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IT환경을 보면 SE보다 훨씬 어려우면 어려웠지 쉽진 않을겁니다.

    사실 개발자들은 시스템엔지니어들에게 별 관심없습니다. 서로 본인일이랑 크게 상관없기 떄문에

    • admin

      어리석네요… IT 서비스 회사 기준 직업적 서열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말입니다. SE 입장에서 개발자라고 누가 정의를 하던가요? 산업 표준입니까?
      원래 그런데, 억울하면 개발자로 전직하라고??? 개발자로 일하고 있지만 내 주변에 개발자들조차도 SE 보다 서열이 높다하는 인간은 없습니다만.

  10. Lee

    저는 둘다 해봤는데, 절대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개발자보단 시스템엔지니어가 더 좋습니다.
    40대만 가도 시스템엔지니어 경험이 더 큰 자산이 됩니다

  11. John

    개발자가 되기 더 어려워요…저도 20여년전 전공했는데, 처음에는 다들 개발자의 꿈을 가지고 학과에 들어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 베이스 쪽, SE 쪽 하나둘 빠져 나가죠… 그런데 웃긴건 데이터베이스 도 갑자기 빅데이터 대박 터지고, 네트워크도 폭발하면서, 개발자 보다 더 잘 벌던데요. SE나 데이터 베이스는 실력이 약간 떨어져도 그냥저냥 찾아보고 물어보고 하면서 넘어갈 수 있지만, 개발자는 정말 실력이 바로 판가름 나기때문에 어중간한 실력으로 개발자 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요. 진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인정해주고 대우도 좋은데, 그게 말이 쉽지 어렵습니다.

  12. It노동자

    se 3년하다가 업계 떠나는 사람입니다.
    글에 공감합니다.
    별생각없이 정보통신공학과 가서 별다른 목표없이 그냥 it 해야지 하며 발을 들였는데. 미련없이 그만둡니다.
    적어도 한국에서 시스템 엔지니어 하면 그냥 고객사서 부르는 as기사죠. 정기점검가서 사인하나 받으려고 3시간도 기다린적있고 점검문서 들고 옆에 멀뚱멀뚱 서있기도하고

    회사 내부에서도 회사 분위기에 따라다르지만 그냥 설치하는 사람 몸빵하는 사람들 이런 인식이 크네요.

    개발자보단 진입장벽이 낮은건 사실이니 회사서도 그냥 새로뽑으면 그만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내부에서의 대우도 좋지못하구요.
    내부에서도 을, 고색사에서는 슈퍼을이죠.

    사내 클라우드서버 누가 관리하냐는 회의할때 개발자한명이 자기들은 몸값비싸니 엔지니어팀에서 해야되는거 아니냐라는 말할때 기가차더군요 ㅋㅋ

    누구는 나이먹어서도 할수있는 직업히라 하는데 오히려 40넘어가면 인식도 그렇고 요즘 젊은 고객들이 나이많은 엔지니어들 부담스러워하고 부리기 뭐해서 오히려 안좋합니다.

    귀천에 직업없다지만 현실은 귀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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